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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dage

 

written by. Seon

 

Jumin

※끝부분에 약하지만 씬이 있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하늘을 동경한 비상(飛翔)은 금방 저지되었다. 우악스러운 손길에 붙잡힌 작은 새.
애처로운 울음은 공기 중에 흩어지고, 괴이한 모양으로 꺾여 부러져버린 날개는 아프다고 느낄 새도 없었다.

 

일탈은 길지 못 했다.

 

 

-

 

차가운 공기, 무겁게 깔린 어둠 속에서도 어지럽게 흩뿌려진 유리조각과 핏방울들은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주민은 집 안을 응시하는 텅빈 눈을 바라봤다. 확연히 야윈 몸과 수척해진 얼굴.
따스함을 품고 있던 알멩이는 부서지고, 여기저기 흠집이 가득한 껍데기만 남은 듯 하다.
우습게도 날 벗어나려 한 뒤에야 그녀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니. 속에서 울컥하고 신물이 올라왔다.

 

"꽤나 금방 내 품에 돌아왔군."

 

어지럽게 흔들리는 마음과는 다르게 평이한 어조로 담담하게 내뱉어지는 주민의 말.
소리는 허공을 가르며 울렸지만 그녀에게서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예상했다는 듯, 혹은 체념했다는 듯 아무런 감정도 띄우지 않은 채 무채색의 표정만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낚아 챈 주민은 현관을 지나 집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구두를 신은 채였다.

단단하게 시공된 대리석 바닥에 마찰하는 구둣굽 소리가 소름끼치게 퍼져나가도 그녀는 미동도 없었다.
유리 부스러기가 까드득거리며 짓밟히는 소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끌려가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라는 듯 실이 늘어진 인형처럼 휘둘렸다.

그 모습에 표정을 굳힌 주민은 이내 어떤 방 앞에 도착한 뒤에야 걸음을 멈추었다.

 

그 상태로 한동안 움직임이 없는 주민이 이상했는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몽롱한 눈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방문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떨기 시작했다. 주민의 손에 잡혀 있는 손목이 가녀리게 바들거렸다.

여실히 느껴지는 두려움에 주민은 그녀를 데리고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대가 내 것이라고 확실히 소유를 주장하겠어."

 

끼이익-

주민은 그녀가 갇혀 있었던 방의 문을 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야."

 

 

-

 

 

방 안에 서서히 차오르는 열기.

 

저항하는 몸을 강압적으로 내리 누른 채 주민은 그녀의 안에 자신을 밀어넣었다.

원치 않는 침입에 놀란듯 강하게 옥죄어오는 그 느낌에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귓불을 입에 머금혀를 굴리던 주민이 고개를 들고 나즈막이 말했다.

 

"조금, 힘을 빼도록 해."

 

물론 난 이대로도 좋긴 하지만 그대가 다칠 수도 있어.

나즈막이 덧붙인 말에 고통만을 호소하던 그녀의 눈에 몇 가지 감정이 비추어졌다.

두려움, 분노, 그리고 원망. 이미 예상한 반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씁쓸함.

주민은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대로 하고 싶은거라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

 

놀란듯 크게 떠진 눈을 무시한 채 주민은 그녀를 탐하는데에 집중했다.

빡빡하게 닫힌 안을 억지로 열어 허리를 놀리면서 새하얗게 드러난 나신에는 여기저기 혀를 대기 바빴다.

 

처음에는 입술을 꾹 깨물고 소리를 참으며 주민을 받아내던 그녀였지만 이내 가녀리게 할딱이는 소리를 흘렸다.

자신이 낸 소리에 놀란듯 그녀는 바들거리는 두 손을 들어 입을 막았지만, 그녀의 손을 치워 침대에 내리누르고는

좀 더 강하게 들이닥치는 주민으로 인해 자그마한 신음소리들이 가감없이 흘러나와 방 안을 울렸다.

 

"읏, 으응!"

 

수치스러워하는 얼굴로 작게 소리를 내뱉으며 나에게 휘둘리는 그녀라.

주민은 이 상황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앞으로 다시는 이 곳에서 나갈 수 없게 내부 잠금장치를 조금 더 설치해야겠어.

옷은 전부 없애버릴까. 어차피 나 밖에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니 나신으로 있어도 문제는 없겠지.

내가 없는 동안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지켜봐야하니 CCTV 역시 설치해야겠군.

만일 다시 한 번 나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 때는 그녀만이 들어갈 수 있는 케이지를 주문하는 것도 괜찮겠어.

 

그녀를 향한 온갖 가학적인 상상을 하며 주민은 나즈막이 웃었다.

일단, 내 밑에 있는 그녀를 마음껏 취하는게 우선이겠지.

 

 

짙게 내리깔린 어둠은 끝을 모르고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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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점 보는 김춘팔 :